한국산 단거리 자주대공포 K30 비호복합이 드론 전쟁의 시대를 맞아 전략 무기로 재탄생하고 있다. 발당 3만~5만원짜리 30㎜ 기관포탄으로 적 드론을 격추할 수 있다는 압도적 비용 효율이 중동·남아시아 전선에서 입증되면서, 한때 "너무 비싸고 사거리가 짧다"는 혹평을 받던 이 무기체계가 글로벌 방산 시장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25년 한국의 방산 수출은 15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 방산 수출이 270억 달러 이상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비호복합은 그 성장 서사의 중심에 있다.

K30 비호복합의 공식 명칭에 담긴 '비호(飛虎)'는 '날아다니는 호랑이'를 뜻한다. 한반도의 험준한 지형과 빠른 전선 이동을 전제로 설계된 이 무기체계는 K200 장갑차 차체 위에 30㎜ 쌍열 기관포와 탐색 레이더를 결합한 자주대공포다. 이후 신궁 지대공미사일을 탑재하며 '복합' 체계로 진화했다.
현재 한국 육군이 전력화해 운용 중인 비호복합은 30㎜ 에머슨 기관포와 신궁 미사일 4발을 하나의 포탑에 통합한 구조다. 사거리는 기관포 3㎞, 신궁 미사일 5㎞ 수준이다. 레이더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로 목표물을 탐지한 뒤 통합 사격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추적·요격하는 방식이다.
개발 초기부터 이 체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NATO 표준탄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 규격 기관포, 단거리에 그치는 미사일 사거리, 수출 제약 등이 약점으로 지목됐다.
2019년 인도 육군이 비호복합을 선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2020년 9월 최종적으로 도입 자체가 무산됐다는 기사가 나왔고, 비호복합은 한동안 수출 실적 제로의 무기체계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전장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형 자폭드론이 수십억 원짜리 전차를 파괴하는 장면을 전 세계에 중계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한 발(약 400만 달러)로는 수만 원짜리 드론을 막는 것이 경제적으로 불가능했다. K30 비호복합은 발당 3만~5만원의 30㎜ 기관포탄으로 드론을 격추할 수 있어 '탄도미사일 수준 대응 비용 대비 수백 배 효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 쌍열 기관포에 신궁 지대공미사일을 결합한 복합 시스템으로, 지능형 공중 폭발탄과 결합되고 레이더 및 전자광학 센서로 목표물을 자동 추적하면서 드론 요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레이더 탐지 거리도 기존 17~22㎞에서 최대 35㎞로 확대됐다.
비호복합은 중거리 미사일을 결합시키다 보니 일반 자주대공포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고 사거리는 일반 중거리 대공방어 시스템보다 짧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러·우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한 드론의 충격으로 대반전이 일어났다.
단순히 싼 것만이 장점이 아니다. 비호복합의 연속 사격 능력과 통합 사격통제 시스템은 '군집 드론'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 한 발의 고가 미사일로 하나의 드론을 요격하는 구조가 아니라, 연속 기관포사격으로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이 현대 전장에서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6년 봄, K30 비호복합에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습이 걸프 지역 안보를 위협하면서, 저비용·고효율의 근접 방공 체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작사 설립을 논의하며 K30 비호복합 개량형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차륜형으로 개발된 후속 모델 K30W 천호는 네트워크 기반 방공 체계 내에서 신속한 기동과 전개가 가능해 현대전 요구사항에 부합한다.
K30W 천호는 기존 무한궤도 방식의 K30 비호를 차륜형 플랫폼으로 재설계한 후속 모델이다. 도심 방어와 신속 전개가 필요한 중동 지역의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구조다. 네트워크 기반 방공체계와의 연동을 강화해 다층 방공망의 하단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우디·UAE는 한화에어로시스템의 K30 비호복합 등 대(對)드론 무기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걸프 주요국들은 한국 외에도 우크라이나, 영국 스타트업 등 다양한 공급선을 검토 중이다.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납품 속도, 가격, 운용 유지 편의성에서 K30 비호복합은 유럽산 경쟁 체계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에서 제작된 천궁-Ⅱ는 UAE가 탄도미사일 요격에 성공하며 실전 성능을 증명했고, 이에 따라 K-방산 전체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 비호복합은 이 신뢰 위에서 함께 수출 기회를 넓히고 있다.
비호복합의 가장 큰 잠재 시장은 인도다. 과거 수출이 무산된 쓴 경험이 있지만, 전장 환경의 변화가 새 기회를 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도 육군의 신형 자주 대공포 미사일 체계(SPAD-GMS) 사업에 K30 비호복합을 내세워 다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인도 육군은 노후화된 40㎜ 보포스 기관포(1360문)와 구소련제 ZSU-23-4 쉴카 자주대공포를 사용해 왔다.
2025년 8월 중지되었던 인도의 자주대공포 사업이 재 진행됨에 따라 대 드론전 능력이 부여된 개량형 비호복합이 입찰을 시도한다고 한다.
인도 사업의 잠재 규모는 막대하다. 인도 육군이 요구하는 총 소요량은 수백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과거 언론에 보도됐던 26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패키지 수주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단, 인도 정부 특유의 '인도산(Made in India)' 우선 정책이 변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생산 협력 방안을 병행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호복합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30㎜ 복합 대공화기의 개조개발 방안을 경쟁 무기체계 분석, 전장 환경 변화, 기술 트렌드, 시장 전망 등 전반적인 해외시장 조사·분석에 기반하여 제시하는 연구도 진행됐다.

비호복합의 부활은 그것을 만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2025년 결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7.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78.4% 증가했다. 방산사업은 글로벌 안보환경 악화와 K9 자주포 및 천무 수출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노르웨이 등 세계 11개국에 도입되며 사실상 글로벌 표준 무기 지위를 확보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방산 부문 매출에서 해외 수출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비호복합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와 함께 한화 방산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을 이룬다. 단품 수출이 아니라 '패키지 딜' 형태로 묶여 수출될 경우 계약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K9 자주포·레드백·타이곤·천검 등 20조 원 규모의 패키지 계약을 협의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약 4조 원), 노르웨이 천무(1조3000억 원) 등 20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비호복합이 글로벌 무대에서 완전한 신뢰를 얻으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탄약 호환성 문제다. 현재 비호복합에 탑재된 에머슨 30㎜ 기관포는 NATO 표준탄을 사용하지 않아 수출 대상국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대부분의 NATO 회원국과 NATO 표준을 채택한 중동 국가들의 군 편제와 보급 체계에 호환이 되지 않는 것은 구조적 한계다.
신궁 미사일의 시커 성능도 보완이 필요하다. 신궁에 탑재된 IR시커가 드론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 대드론전을 위해서는 시커 개량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신형 RF/레이더 유도 방식의 차세대 단거리 대공미사일 연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이 같은 기술 보완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K-방산 수출펀드 1,600억 원(2026~2027년), 방산기술 혁신펀드 4,400억 원(2022~2028년)을 운용하며 기술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2025년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은 6%로 세계 4위에 올랐다. NATO 회원국들에 대한 무기 수출은 미국에 이어 프랑스와 함께 세계 2위다.
이 성과를 이끈 것은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궁-Ⅱ의 연이은 수출이었다. 이제 비호복합이 그 뒤를 잇는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드론 전쟁이라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이 비호복합의 가치를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 유럽, 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저비용·고효율 단거리 방공 체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현시점은 K30 비호복합에게 다시 오지 않을 최적의 수출 시기일 수 있다.
K30 비호복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이란 드론 위협에 직면한 중동 국가들의 강한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방산 수출 시장이 열리고 있다.
1980년대 개발 착수 이후 수십 년간 논란과 개량을 반복해 온 '날아다니는 호랑이'. K30 비호복합은 드론이 지배하는 21세기 전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근접 방공의 해법으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6-05-25
스티븐의 전쟁영화보고評 하승범 대표
thewithatt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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