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가 유럽산 무기를 외면하고 한국산 다연장로켓 시스템을 선택했다. 오슬로에서 지난 1월 30일 약 9억 2,2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자는 미국의 M142 하이마스(HIMARS)와 독일의 EuroPULS였다. 결과는 한국의 K239 천무(天霧)였다. (https://milmag.pl/en/norway-orders-south-korean-k239-chunmoo-launchers/ / https://norskluftvern.com/2026/02/20/norways-new-reach-and-the-question-it-leaves-open/)
노르웨이 언론은 "유럽은 천무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한탄이자 인정이었다. 수십 년간 군비 축소에 안주해온 유럽 방산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공백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 계약은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다. 한국 방위산업이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방산 강국을 정면 돌파한 상징적 사건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극권 안보 위협은 현실이 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장거리 정밀타격 체계 확보를 최우선 국방 과제로 설정했다. 후보는 세 개였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 독일 KNDS의 EuroPULS, 그리고 한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239 천무.
독일은 자국산 EuroPULS 채택을 노르웨이에 공개 촉구했다. 독일 국방장관이 직접 나섰다. 노르웨이는 거절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비용과 배송 일정이었다.
독일 EuroPULS는 제안 단계의 시스템이었다. 천무는 이미 실전에서 검증된 무기다. 2023년 폴란드 실사격 훈련에서 288㎞ 표적을 정밀 타격했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살아남은 전훈(戰訓)이 설계에 반영돼 있다. 노르웨이가 원하는 것은 이론이 아닌 실전 능력이었다.
최종 경쟁에서 하이마스마저 탈락시켰다. 같은 사거리(약 80㎞) 기준으로 천무는 12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다. 하이마스는 6발이다. 화력 밀도에서 두 배 차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면적을 더 두텁게 제압할 수 있는 쪽은 천무였다.
노르웨이는 이 시스템에 '궁니르(Gungnir)'라는 이름을 붙였다. 북유럽 신화에서 주신(主神) 오딘의 창이다. 결코 빗나가지 않는 무기다.
한국의 무기 제조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 이후 단 한 번도 미사일 생산 라인을 멈춘 적이 없다. 50년 넘는 연속 생산이다. 기술 인력은 세대를 넘어 전수됐고, 설계 노하우는 실전 데이터로 업데이트됐다.
유럽은 반대 경로를 걸었다. 냉전 종식 이후 '평화의 배당금'을 명분으로 방산 예산을 줄이고 생산 라인을 폐쇄했다. 기술 인력이 흩어졌고 핵심 노하우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대량의 첨단 정밀 무기를 신속하게 공급할 구조적 역량을 잃었다.
노르웨이 언론의 '한탄'은 이 맥락에서 나왔다. 독일 EuroPULS가 경쟁에서 탈락한 것은 특정 무기의 실패가 아니다. 수십 년간 군비 투자를 게을리한 유럽 방산 생태계 전체의 문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천무는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 위협 속에서 실전 요구 조건에 맞춰 끊임없이 개량돼 온 체계"라고 설명한다. 위협이 끊이지 않는 안보 환경이 역설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 역량을 키운 것이다.

천무는 단순한 다연장로켓 시스템이 아니다. 플랫폼이다.
기본형 K239는 130㎜(사거리 36㎞), 239㎜(80㎞), 600㎜(290㎞) 등 세 종류의 탄약을 발사할 수 있다. 하나의 발사대에서 단거리 화력지원부터 종심 타격까지 수행한다. 다목적 플랫폼이라는 점이 하이마스와의 결정적 차이다.
2026년에는 사거리 500㎞급 전술탄도미사일 'CTM-500'이 천무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 미사일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전략 타격 자산으로의 진화다. 단순한 포병 무기에서 전구(戰區) 수준의 타격 체계로 격상된 것이다.
노르웨이에 공급되는 천무는 북유럽의 극저온 환경에 맞게 별도 개량된 '현지 맞춤형' 사양이다. 영하 수십 도의 설원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이 재설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순 수출이 아닌 맞춤형 솔루션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르웨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폴란드는 2025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약 5조 6,000억 원 규모의 천무 3차 실행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토니아는 같은 달 3억 유로(약 5,200억 원) 규모의 정부 간 수출 계약(G2G)을 확정했고, 2026년 5월에는 추가로 천무 3문을 더 발주했다. 프랑스 언론은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천무에 주목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숫자가 말한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2025년 154억 달러(약 23조 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0.4% 증가다. 세계 4위 방산 수출국에 올라섰다. 2026년 수출 전망치는 377억 달러(약 56.6조 원)다. 전년 대비 3.7배다.
기업별 기대 수주 규모를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3조 3,000억 원, 현대로템 23조 2,000억 원, 한국항공우주(KAI) 6조 5,000억 원, LIG넥스원 3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수출 대상도 다변화됐다. 유럽 동부(폴란드, 에스토니아)에서 북유럽(노르웨이), 중동(사우디, UAE)을 거쳐 중남미(칠레)까지 K방산의 수주망이 뻗어 나가고 있다. 미국까지 한국의 탄약 공장에 생산을 맡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 파인블러프 아스널에 탄약 생산 협력 계획을 추진 중이다.
유럽 방산 업계는 이제 K방산을 위협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영국과 방산 협력을 논의 중이며 "무기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시장"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경쟁 대신 협력을 모색하는 유럽의 시각 변화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K방산 수출 급증의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군비 재확충 수요가 있다. 전쟁이 종결되거나 유럽 국가들이 자국 방산 역량을 복원하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K방산 수출 붐이 구조적 성장인지, 일시적 특수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방산 업계의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현지 생산 참여와 기술이전을 포함한 패키지 딜 역량이다. 노르웨이 계약도 단순 수출이 아니라 종합군수지원과 현지화 요소를 포함한 '풀 패키지'였다. 무기 자체보다 운용 생태계를 파는 능력이 장기 수주의 핵심이다. 둘째, 공급망 병목 해소다. 수요가 급증하면 부품 조달과 생산 일정이 발목을 잡는다.
천무가 노르웨이에서 '궁니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상징적이다. 결코 빗나가지 않는 창. 한국 방산이 그 이름에 걸맞은 정밀성과 신뢰성을 계속 증명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승부처다() 2026-05-30
스티븐의 전쟁영화보고評 하승범 대표
thewithatti@gmail.com
하승범 1:1 상담 https://open.kakao.com/o/slQiZp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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