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바비차 (Grbavica, Esma's Secret) 2005년 보스니아
보스니아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이슬람계 여인에게서 태어난 딸이 자기 아버지가 전쟁영웅이 아닌 강간범인 전쟁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힘겹게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2006년 제56회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황은곰상'수상한 작품
감독 ; 야스밀라 즈바닉 ( Jasmila Žbanić , Jasmila Zbanic)
출연 ; 미르야나 카라노비치 ( Mirjana Karanovic), 루나 미요비치 ( Luna Mijovic , Luna Mijovic), 레온 루체프 ( Leon Lucev)
보스니아 수도인 사라예보의 한 마을, 그르바비차에 사는 에스마(미르자나 카라노비크)에겐 열두살 난 딸 사라(루나 미조빅)가 있다. 사라는 아버지가 전사한 전쟁영웅인 것으로 믿고 있다. 에스마는 딸을 위해 고단한 일상을 마다하지 않는 평범한 엄마. 그런데 전사자 가족은 수학여행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전사 증명서를 달라는 사라에게 에스마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2006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는 흔한 전투장면을 넣지 않고도 날카롭게 전쟁의 상처를 말한다. 영화는 이슬람계 보스니아인들과 그리스 정교인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와 신유고연방 등 여러 인종과 국가가 얽혀 일어났던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했다. 에스마와 사라에게 드리워진 불행은 바로 이 전쟁 때문. 에스마는 내전 당시 수용소에서 성폭행을 당해 사라를 낳았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딸을 낳아 악착같이 키워왔다.
하지만 에스마는 전쟁 이후 버스에서 마주치는 남자에 놀라 황급히 내릴 정도로 상처를 씻어내지 못했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내전의 참상을 지적하기보다는 에스마의 몸에 남겨진 상처, 매일 엮어가는 고된 일상과 한숨 섞인 표정 그리고 괴로울 때마다 피워 무는 한 개비의 담배로 전쟁을 말하려고 한다.
보스니아 출신 여성 감독 야스밀라 즈바닉은 자신이 입은 상처가 딸에게 전해질까 싶어 딸을 마음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는 에스마의 일상을 따라간다. 조용히 흐느끼며 과거의 기억을 꺼내는 에스마와 그를 묵묵히 쳐다보는 딸 사라. 둘을 담담히 바라보는 카메라는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강력하게 평화를 주장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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