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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에 군수지원 손 내밀었다… ACSA 논란, 미국 NDS '폭탄 선언'이 바꾼 동북아 방산 판도

전쟁영화 감상究/밀리터리 군사전력

by 하승범 2026. 6. 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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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에 '2차 군수지원 협정(ACSA)'을 다시 꺼내들었다. 2026년 1월 미국이 전방위 충격을 던진 국가국방전략(NDS)을 발표한 직후, 일본의 대(對)한국 군수협력 요청 빈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K방산이 올해 56조원 규모의 역대급 수출을 예고하는 시점에 불거진 이 요청은, 단순한 군사 협력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그어놓은 새로운 동맹 방정식 위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를 결정짓는 구조적 갈림길이다.

왜 지금 일본은 한국 군수지원을 원하는가

2026년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회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안규백 한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ACSA(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문제를 직접 꺼냈다. 양국 군대 간 탄약·연료·식량 등 군수물자를 상호 제공하는 법적 틀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일본이 한국에 ACSA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도 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국내 반발 여론에 막혀 무산됐다. 그럼에도 일본이 거듭 요청의 손을 내미는 배경에는 미국의 전략적 재편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의 동맹 관리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동맹이 곧 미국의 이익'이라는 전통적 접근 대신, '동맹도 거래'라는 트랜잭션 논리가 전면에 섰다. 일본이 자국 방위력 확충에 분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약 8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GDP 대비 2%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후 평화헌법 체계 이후 최대 규모의 방위비 팽창이다.

 

미국은 1월에 발표한 NDS에서 한반도 억제의 1차 책임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일본도 비슷한 부담 확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유사시 후방 군수지원 공백을 메울 파트너로 한국을 지목한 것이다.

 

한국군은 실전 경험 있는 장비와 높은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계산은 명쾌하다. 한국이 군수를 맡으면, 일본은 전력 증강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 NDS, 왜 한국 방산계에 '폭탄'이었나

미국 국방부가 2026년 1월 공개한 국가국방전략(NDS)은 동맹국들에게 예고 없이 날아든 청구서였다. 표면적으로는 '동맹 현대화'를 내세웠지만, 실질 내용은 달랐다.

 

NDS가 제시한 4대 핵심 과업 가운데 두 항목이 한국을 직접 겨냥했다. 첫째는 '동맹의 부담 분담 확대', 둘째는 '방위산업기반(DIB·Defense Industrial Base)의 국가적 동원'이다. 번역하면,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많은 무기를 만들되, 그 공급망은 미국의 전략적 설계 안에서 운용하라는 뜻이다.

 

세종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MRO 사업과 미국 주도 방위산업 공급망 참여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참여'가 자발적 협력이 아니라 구조적 편입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키워온 K방산의 수출 경쟁력을, 미국의 안보 네트워크 안에서만 허용하겠다는 구도가 감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방산업계에서는 "자본은 한국이, 권한은 미국이 갖는 불균형 구조"라는 우려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폴란드·루마니아·중동 시장에서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이 쌓아올린 수출 실적은 순수한 한국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NDS가 동맹국 방산 공급망 통합을 공식화하면서, 제3국 수출 시 미국의 기술 통제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한반도에서 중요한 변화가 예고된다"며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방산 공급망 역할 확대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증액 압박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의 GDP 대비 국방 지출은 3.5%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K방산 56조 시대, 기회인가 종속인가

역설적이게도 K방산은 지금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2026년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은 약 377억 달러(약 56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평시 수출액 대비 17배가 넘는 수치다.

 

이 성장의 원동력은 저렴한 가격, 빠른 납기, 검증된 성능이라는 세 가지 조합이었다. 서방 방산업체들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이, 한국은 빈자리를 파고들며 독자적 글로벌 공급자로 부상했다. 미국조차 K방산의 생산 능력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그런데 NDS와 일본의 ACSA 요청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한국이 미국-일본-한국을 잇는 방산 공급망의 핵심 노드가 되는 것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다.

 

일본의 방산 수출 규제 완화는 K방산에 직접적인 경쟁 위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과 AMRAAM 공대공 미사일 및 PAC-3 MSE 지대공 미사일의 일본 내 생산 확대를 합의했고, 미군 함정·항공기에 대한 MRO 운영 확대도 추진 중이다. 한국이 앉아있던 자리를 일본이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KOTRA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방산 수출 규제 완화 이후 방산 분야에서 한일 양국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미국의 동맹이지만, 방산 시장에서는 엄연한 경쟁자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ACSA 논의 직후 "양 국민의 이해와 설득이 필요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국방부는 "현재로서 ACSA는 시기상조이며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공식 입장은 '거부'지만, 논의 자체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맞선다. 한쪽은 ACSA 체결이 한미일 안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K방산의 글로벌 입지를 넓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쪽은 ACSA가 실질적으로 일본의 방위력 팽창을 돕는 동시에, 한국이 미국 주도 방산 공급망에 종속되는 입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결국 핵심은 '조건'이다. ACSA든 방산 공급망 참여든, 한국이 기술 주권과 수출 자율성을 지키는 조건 위에서 협력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MRO 할당과 기술 공유, 수출 통제를 수용하면서도 핵심 기술 주권을 지킬 전략적 로드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미국 NDS는 한국에게 두 개의 경로를 동시에 열어놓았다. 부담 분담의 '소모품'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방산 주권을 지키면서 동맹의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인가. 일본의 군수지원 요청이 던진 질문은, 결국 한국이 원하는 국방 경제의 미래상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2026-06-04

스티븐의 전쟁영화보고評 하승범 대표

thewithatt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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