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 소장급 제독이 오는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미국 하와이 일대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해상 훈련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 제30회 환태평양훈련)'에서 처음으로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CFMCC) 임무를 맡게 됐다. 림팩 창설 55년, 한국 참가 36년 만의 역사적 전환점이다.
한국 해군이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인 림팩에서 처음으로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CFMCC , Combined Task Force Maritime Component Commander) 임무를 맡게 된 것은 단순한 훈련 참가를 넘어, 대한민국 해군의 연합작전 지휘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림팩은 무엇인가. 림팩 훈련은 미국이 1971년부터 소련 해군을 격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훈련이다. 유사시 태평양상의 중요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태평양 연안국 해군 간의 연합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1971년부터 1974년까지는 매년 열리다가 이후 격년제로 실시되고 있다.
1971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4개국 해군으로 처음 시작됐으며, 1980년에는 일본이, 1986년에는 영국이 참가했다. 이어 1990년에는 한국이 동참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환태평양 훈련으로 자리잡게 됐다.
냉전 시대의 소련 견제 훈련에서 출발한 림팩은 오늘날 그 성격이 전면 확대됐다. 냉전기에는 태평양 지역 공산권 해군 세력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오늘날에는 해상교통로(SLOC) 보호, 대잠전, 대공전, 미사일 방어, 인도적 재난구호(HADR), 해양안보 협력 등 복합 안보훈련으로 발전했다.

림팩은 단순한 함대 기동훈련이 아니다. 복합 영역에 걸친 실전형 연합작전 능력을 검증하는 종합 훈련장이다.
올해로 29번째를 맞은 격년제 훈련인 림팩에는 29개국에서 2만5000여 명의 병력이 참가해 대잠수함전, 다중 함정 수상전, 다국적 상륙작전, 항모강습단의 다축 방어 등 다양한 시나리오와 다중 영역에서 훈련이 실시된다. 대공전·대잠전·대함전·상륙작전·자유공방전·인도적 지원까지, 현대 해전의 전 스펙트럼을 망라한다.
환태평양훈련 부대는 훈련 참가국들과 항만 정박 훈련, 전력 통합훈련, 해상공방전, 전구 대잠전, 지상 훈련, 상륙 훈련, 항만 피해복구 및 인도적 지원·재난 구호 등 다양한 해·육상 훈련을 수행할 예정이다.
훈련의 구조는 지휘 계층이 명확하다. 림팩은 적대국의 전쟁 기도를 억제하기 위한 유엔 우호국 간 협력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며, 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는 항모강습단, 원정강습단, 해상초계기와 잠수함 부대, 기뢰전 및 특수전 부대 등으로 구성된 연합해군 전력을 지휘하는 임무를 맡는다.
림팩에서 다국적 연합해군을 지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수십 개국의 수상함·잠수함·항공기·해병대 전력이 동시에 움직이며, 각국의 교리·통신체계·작전 절차·교전규칙도 서로 다르다. 영어 기반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은 물론, 고도의 지휘통제(C2) 체계 운용 능력과 실시간 상황판단 능력이 요구된다. 단순히 함정 수가 많다고 수행할 수 있는 임무가 아니라, 오랜 연합훈련 경험과 높은 수준의 작전 이해도를 갖춘 국가만 맡을 수 있는 자리다.
한국 해군이 보낸 전력도 역대급이다. 정조대왕함과 함께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과 P-8A 해상초계기, 4900톤급 상륙함 천자봉함, 3100톤급 호위함 대전함 등 전력과 해군·해병대 장병 700여 명이 참가한다.

대한민국 해군의 림팩 여정은 겸손한 시작에서 출발했다.
1988년 옵서버(observer) 자격으로 훈련장을 찾았던 대한민국 해군이 2026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해상훈련에서 다국적 연합 해군을 지휘하는 위치에 올랐다. 단순 참가국을 넘어 연합작전을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은 1990년 첫 훈련 참가 이후 올해로 19번째 참가다. 30회에 이르는 림팩 역사에서 절반 이상을 함께한 셈이다.
성과는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쌓였다. 2002년에는 나대용함이 잠대함 유도탄을 발사해 표적을 명중시켰고, 원주함은 초계함 최초로 하푼 미사일 실사격에 성공했다. 2004년에는 충무공이순신함이 함대공미사일 SM-2를 발사해 함대 방공 능력을 입증했으며, 당시 미 해군 지휘관들은 한국 해군의 전술 운용 능력과 정보교환 능력에 높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2024년 훈련에서 한국은 한 계단을 더 올라섰다. 한국 환태평양훈련전대는 연합해군 전력을 지휘하는 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의 부사령관 임무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마야급 이지스구축함 하구로함 등 연합 해군전력을 진두지휘하는 중책을 맡으면서다.
그리고 2026년, 마침내 지휘봉의 정점에 섰다.

올해 훈련은 한국의 김인호 해군 기동함대사령관(소장)이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CFMCC) 임무를 처음으로 수행해 눈길을 끈다.
미국 외 국가가 연합해군구성사령관 임무를 수행하는 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이며, 전 세계 국가 중에선 호주, 캐나다, 칠레를 이은 역대 4번째다. 미국이 주도해온 훈련의 지휘 구조에 최초로 아시아 국가의 이름이 새겨지는 순간이다.
김인호(소장) 해군 기동함대사령관이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CFMCC)을 맡아 31개국이 참가하는 연합해군기동부대를 통합 지휘한다. 올해는 함정 40여 척, 항공기 140여 대, 병력 2만5000여 명이 참가한다.
미국 해군 3함대에 따르면 올해 훈련은 미3함대 사령관 주관하에 한국 해군이 해상 전력, 캐나다가 공중 전력 지휘를 각각 맡는 구조로 편성됐다.
지휘관 김인호 소장은 이 임무의 무게를 정확히 짚었다. "2024년 훈련에서 연합해군구성군사령부 부사령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번에 사령관 임무를 처음으로 맡게 된 것은 훈련 참가국의 위치에서 지휘국으로 도약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함정인 정조대왕함의 첫 출전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8200톤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 참가를 위해 6월 1일 해군 제주기지에서 출항했다. 정조대왕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으로, 2024년 12월 취역 이후 처음으로 림팩 훈련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번 림팩 지휘 임무는 단순한 훈련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국방 전략의 핵심 과제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직결된다.
이번 훈련에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해·육상 연합해군 기동부대를 통합 지휘하게 되는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군의 리더십을 평가받는 주요한 시험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이 수행하는 임무의 실질적 범위도 광대하다.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은 전구작전 목표 달성을 위한 해양작전을 계획 및 시행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연합참모단을 운영하는데,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는 우리 군의 연합해양 작전 기획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 해군에 연합해군구성군사령관 임무를 맡긴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는 미국이 한국 해군의 작전 수행 능력과 동맹 차원의 신뢰도를 높이 평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배경도 림팩의 전략 무게를 키운다. 북한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나토 회원국인 이탈리아와 벨기에가 추가로 참가하면서 림팩 참가 나토 회원국이 9개로 늘었다. 인도·태평양과 유럽 안보 질서가 림팩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해군의 위상 상승 뒤에는 국내 방산 기술의 뒷받침이 있었다.
한화오션이 건조하고 인도한 '명품 함정 3형제'가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에서 우리 해군의 주력 함정으로 활약했으며, 세계 각국 해군들의 친선의 장인 동시에 실력을 겨루는 격전의 장인 림팩에서 K-함정의 우수성이 거듭 증명됐다.
2024년 훈련에서의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승조원들은 함대공유도탄 SM-2 실사격을 '퍼펙트'로 마쳐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해군은 실시된 훈련에서 무인표적기가 접근하자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이 SM-2 함대공 미사일을 1발 발사해 명중시켰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SM-2 미사일 실사격을 통해 표적탐지와 유도탄 운용능력을 향상했다고 밝혔다.
2026년 참가 전력은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정조대왕함은 KDX-III Batch-II급으로 기존 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보다 강화된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했다. 도산안창호함은 3000톤급 잠수함으로 수중 대잠전 능력을, P-8A 해상초계기는 장거리 해상감시 능력을 각각 대표한다. 연합 전력 지휘에 걸맞은 전력 조합이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여기에 있다(We are Here to make New History)." 지난 2022년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한 우리 해군 장병들이 내건 이 문구는 4년 뒤 현실이 됐다.
1988년 견학하듯 지켜보던 자리에서, 2026년 31개국 연합해군을 통합 지휘하는 자리까지. 대한민국 해군의 38년 궤적은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동맹 신뢰도 축적, 그리고 전작권 전환 준비라는 세 가지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림팩은 태평양 연안 국가 간 해상교통로 보호와 해양위협 공동대처능력 증진, 연합전력 상호운용성 향상을 위한 다국적 훈련으로 미국 3함대사령부 주관으로 격년마다 열린다.
그 무대의 지휘봉을 처음으로 쥔 한국 해군의 2026년 림팩은, 단순한 훈련 일정이 아니다. 인도·태평양 해양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를 세계에 선언하는 무대다() 2026-05-30
스티븐의 전쟁영화보고評 하승범 대표
thewithatt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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