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수상정(USV)이 격추당한 조종사를 처음으로 구조했다. 사람이 타지 않은 7.3m짜리 자율운항 보트가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임무를 끝냈다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6/06/saronic-usv-rescues-two-u-s-army-pilots-downed-by-iran/ 2026-06-09)
무인 함정이 단순 정찰·감시를 넘어 인명 구조까지 수행한 첫 사례다. '바다 위 드론'이 미래 전장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새벽 오만 인근 해상에서 미 육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추락했다. 탑승했던 승무원 2명은 바다에 빠졌다. 이들을 찾아낸 것은 구조헬기나 함정이 아니었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무인 수상정(Unmanned Surface Vehicle (USV)) '코세어(Saronic Corsair)'였다.
코세어는 표류 중이던 조종사 2명을 발견해 약 2시간 만에 구조했다. 두 사람은 보트에 올라탄 뒤 해안으로 이송됐고, 현재 안정적인 상태로 치료받고 있다(https://defensescoop.com/2026/06/09/autonomous-maritime-drone-rescues-apache-pilots-after-crash/ 2026-06-09)
이번 작전은 미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와 82공수사단이 주도했다. 제5함대 예하 '태스크포스 59'가 지원했다. 태스크포스 59는 미 해군이 중동 해역에서 무인·인공지능(AI) 전력을 시험해 온 부대다. 무인 자산과 유인 전력을 한데 묶어 운용하는 실험을 2021년부터 이어왔다. 이번 구조는 그 실험이 실전에서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된다.
사고 원인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블룸버그·AP 등 외신은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이 아파치를 격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부사령부는 추락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확한 경위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다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는다. 유인 구조 자산을 위험 해역에 투입하지 않고도 인명을 건졌다는 점이다.
무인정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적 위협이 상존하는 해역에 사람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통신만 연결되면 원격 감독 아래 작전을 이어간다. 사람의 피로나 생존 한계에 구애받지 않는다. 미군이 무인 해상 전력을 빠르게 늘리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다. 긴장이 잦은 화약고이기도 하다. 유인 함정이나 헬기를 위험 해역에 반복 투입하면 인명 손실 위험이 커진다. 무인정은 이 부담을 덜어준다. 이번 구조가 상징적인 까닭이다. 구조 시간도 짧았다. 사고에서 구조까지 약 2시간이 걸렸다. 차가운 바닷물 속 표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율은 떨어진다. 무인정의 신속한 탐색이 골든타임을 지킨 셈이다.

코세어는 24피트(약 7.3m) 길이의 자율 수상정이다. 디젤 엔진으로 움직인다. 적재 능력은 약 450㎏(1000파운드)에 이른다. 한 번 출항하면 승무원 없이 1000해리(약 1850㎞) 이상을 항해한다. 최고 속도는 35노트(약 65㎞/h) 수준이다.
핵심은 자율 항해 능력이다. 레이더와 카메라, 위성통신, 탑재 컴퓨터, 자율운항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 주변 선박과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하며 항로를 유지한다. 원격 감독 방식으로도, 완전 자율 방식으로도 장시간 임무를 수행한다. 사람이 일일이 조종할 필요가 없다.
제작사는 사로닉이 코세어를 '저비용·대량 생산'에 맞춰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값비싼 유인 함정 한 척 대신, 저렴한 무인정 여러 척을 바다에 뿌리는 개념이다. 한 척을 잃어도 인명 손실이 없다. 비용 부담도 작다. 이른바 '소모성 전력(attritable asset)' 전략이다.
활용 범위도 넓다. 정찰과 감시, 통신 중계, 기뢰 탐지, 호위 임무까지 가능하다. 이번처럼 인명 구조에도 투입된다. 적재 공간에 다양한 임무 장비를 얹을 수 있어서다. 하나의 선체로 여러 작전을 소화하는 '모듈형' 설계가 핵심이다. 유인 함정의 임무를 잘게 쪼개 무인 자산에 분산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코세어를 만든 사로닉 테크놀로지스(Saronic Technologies)는 2022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출발한 신생 기업이다. 창업자는 미 해군 특수부대(SEAL) 출신 디노 마브루카스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11년간 네이비실로 복무하며 다수의 실전 임무를 수행했다. 사모펀드 업계를 떠나 2022년 회사를 세웠다.
창업 3년여 만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4월 사로닉은 시리즈D 투자로 17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92억5000만달러(약 12조원)로 인정받았다. 해양 기술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 가운데 손꼽히는 규모다. 직원은 1000명 수준으로 늘었고, 미국 내 6곳을 포함해 8개 거점을 확보했다.
미 해군과의 거래도 빠르게 진척됐다. 지난해 12월 미 해군은 사로닉에 코세어 양산 계약 3억9200만달러(약 5400억원)를 안겼다. 시제품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데 걸린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았다. 전통적인 함정 획득 절차가 수년 단위인 점과 대비된다. 사로닉은 6피트급 소형 '스파이글래스'부터 180피트급 대형 '머로더'까지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배경엔 중국 견제가 있다. 미 국방부는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통해 자율 무기체계를 대규모로 전력화하고 있다. 함정 수에서 앞선 중국에 '머릿수'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전통적 조선 방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전력 공백을 무인 체계로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예산도 뒷받침된다. 미 해군의 지난 5월 함정 건조계획은 2031회계연도까지 중형 무인 수상정(MUSV) 47척 확보에 31억1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를 배정했다. 별도 입법으로는 무인 프로그램에 약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가 책정됐다. 이 가운데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가 중형 무인정 몫이다.
운용 목표도 구체적이다. 미 해군은 2030년까지 인도·태평양에 30척 이상의 중형 무인정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후 수천 척 규모의 무인 플랫폼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MUSV는 이번 함정 건조계획에서 처음으로 전통 전투함·지원함과 동일한 범주에 편입됐다. 무인정이 '실험 단계'를 지나 '정규 전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다.
경제 논리도 분명하다. 미 해군의 주력 구축함 한 척 값은 20억달러를 웃돈다. 건조에는 여러 해가 걸린다. 반면 소형 무인정은 척당 수백만 달러 안팎이면 만든다. 생산 기간도 짧다. 같은 예산으로 수십 배 많은 플랫폼을 바다에 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이 값비싼 미사일로 값싼 무인정을 잡으면 오히려 손해다. 이런 '비용 비대칭'이 무인정 확산을 떠받친다.

한국도 '바다 위 드론'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화시스템·한화오션, LIG넥스원, HD현대중공업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각 사는 정찰용을 시작으로 전투형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의 항해 AI에 미국 팔란티어의 '미션 오토노미'를 결합했다. 2026년까지 정찰용 USV 개발을 끝내고 전투형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과도 손잡고 무인정을 건조·진수해 시험 운항에 나서기로 했다.
LIG넥스원은 HJ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전투용 USV 핵심기술 과제를 따냈다. 정찰용 무인 수상정 체계 설계 사업 입찰에서도 제안서 평가 1위를 차지했다. 한화오션은 해군의 정찰용 무인잠수정·기뢰전 무인정 개념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시스템은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추진의 USV '해령(Sea GHOST)'을 개발해 실증 운항을 마쳤다.
병력 구조 변화도 무인화를 재촉한다. 인구 감소로 해군 인력 충원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적은 인원으로 넓은 해역을 지키려면 무인 자산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함정 한 척에 수십 명이 타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무인 수상정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2033년까지 약 4조46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 강국 한국엔 기회의 영역이다. 함정 건조 역량에 AI·자율운항 기술을 더하면 수출 무기로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호르무즈 구조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무인 전력이 감시·정찰을 넘어 구조·전투까지 임무 범위를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을 위험에 노출하지 않고도 작전을 수행하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미국이 길을 열었고, 중국이 추격하며, 한국이 기회를 노린다.
관건은 속도와 가격이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싸게,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사로닉이 4년 만에 미 해군 파트너로 올라선 비결도 여기에 있다.
물론 과제도 남는다. 통신이 끊기면 무인정의 자율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적의 전자전 교란이나 해킹 위협도 변수다. 무인 무기의 교전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둘러싼 윤리·법적 논쟁도 진행형이다.
기술 진보의 속도만큼 제도 정비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정이 미래 해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지금, 속도 경쟁에 뛰어든 한국 방산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2026-06-10
스티븐의 전쟁영화보고評 하승범 대표
thewithatti@gmail.com
| 태평양의 지휘봉을 잡다 ... 대한민국 해군, 림팩 55년 만의 첫 사령관 (1) | 2026.06.09 |
|---|---|
| 일본, 한국에 군수지원 손 내밀었다… ACSA 논란, 미국 NDS '폭탄 선언'이 바꾼 동북아 방산 판도 (0) | 2026.06.07 |
| 수도의 심장을 지키는 군대 ... 수도군단 (0) | 2026.06.06 |
| 이란 전쟁 3개월 … 미국이 이란에 지고 있다? 종전 협상 10대 조건과 한국의 선택 (0) | 2026.05.26 |
| "애플은 후발주자"…미군이 7년째 삼성전자 군용폰만 고집하는 이유 (0) | 2026.05.24 |